1. 도시 속 농부들: 텃밭과 패브릭을 잇는 새로운 연결
도시는 콘크리트와 유리로 덮여 있지만, 그 안에서도 식물은 자란다. 빌딩 옥상, 골목 빈터, 학교 뒤뜰, 아파트 커뮤니티 정원… 여기서 자라는 식물은 단지 채소를 수확하는 것을 넘어, 도시 사람들에게 자연과 연결된 감각을 회복시켜준다. ‘텃밭에서 온 색’은 이러한 도시농업의 작물과 부산물을 염색 자원으로 활용해 염색 원단을 제작하는 공동체 기반 프로젝트다.
도시농부들이 직접 기른 채소의 잎, 줄기, 껍질, 꽃, 수확 후 남은 뿌리까지—모두 염색의 원료가 된다. 예를 들어, 깻잎의 은은한 회녹색, 무청의 깊은 초록빛, 적양배추의 보랏빛, 고추잎의 담황색은 기존 천연 염색 시장에서 보기 드문 도시적 색감을 연출한다. 이 프로젝트는 도시농업과 섬유 디자인을 엮으며, 먹는 것과 입는 것의 새로운 관계성을 탐색한다.
텃밭에서 난 작물이 옷이 되는 이 흐름은, 도시민의 삶 속에 순환과 감각의 복원을 가능케 한다. 이로써 ‘텃밭에서 온 색’은 단순한 친환경 프로젝트를 넘어서, 도시 감성에 맞춘 생태 예술의 실천 모델로 자리잡는다.
2. 생활에서 채집한 색: 도시 식물 기반 염색의 감각 실험
텃밭에서 오는 색은 공장에서 정제된 염료와는 전혀 다른 자연의 리듬과 다양성을 품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식물을 염색의 원료로 삼기 전, 그 특성과 색감의 반응을 면밀히 관찰하고 실험한다. 예를 들어, 같은 상추라도 봄에 자란 잎과 가을에 자란 잎의 색 농도는 다르며, 토양 성분이나 햇빛의 양에 따라 염색 결과가 달라진다. 이러한 비예측성과 유기성은 도시농업 염색 프로젝트의 가장 큰 특징이자 매력이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디자이너와 도시농부는 공동으로 염색 실험을 진행한다. 염재 수확부터 염색 물 추출, 직물 테스트, 건조 방식까지 전 과정을 공유하며, 원단에 남은 얼룩, 색 번짐, 결 등의 물성은 ‘도시에서 채집한 색의 지문’으로 간주된다. 이렇게 완성된 천은 패브릭 아트, 홈 텍스타일, 패션 소품 등으로 재탄생하며, 각 제품에는 사용된 식물의 정보와 수확 장소, 도시농부의 이름이 기록된다.
이런 과정은 염색을 단순 기술이 아닌 도시적 감각 실험으로 끌어올리며, 텃밭에서 태어난 색이 우리 일상 속 텍스타일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시한다.
3. 도시 순환 생태계: 공동체와 연결되는 디자인 경제
‘텃밭에서 온 색’은 염색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공동체 순환 구조에서 찾는다. 도시농업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주민 간의 협력과 소통을 유도하는 플랫폼이다. 이 프로젝트는 도시농부와 디자이너, 생산자, 소비자가 참여하는 다층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로컬 생태 디자인 경제를 창출한다.
작물은 수확되고 남은 부분은 염재로 제공된다. 염색은 지역 공방 또는 청년 창업 스튜디오에서 진행되고, 완성된 원단은 생활 제품으로 제작되어 마을 마켓, 공예축제, 온라인 플랫폼 등에서 유통된다. 수익의 일정 부분은 텃밭 커뮤니티 운영비로 환원되며, 염색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은 퇴비로 되돌아간다. 이 구조는 자원을 버리지 않고 감각적이고 경제적인 순환 체계로 완결된다.
특히 교육기관과의 연계도 활발하다. 초등학교 텃밭 수업과 연계한 염색 워크숍, 청년 농부와 디자이너를 연결하는 실습 프로그램 등은 프로젝트의 사회적 파급력을 확장시키고 있다. 단지 ‘천을 물들이는 작업’이 아니라, 도시의 리듬을 감각적으로 순환시키는 문화적 생태 시스템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4. 도시의 색을 입다: 감성과 지속 가능성이 만나는 텍스타일
‘텃밭에서 온 색’은 지속 가능성과 감성, 기능과 미학이 조화롭게 융합된 도시형 텍스타일 브랜드로 확장 가능성을 지닌다. 브랜드는 계절마다 특정 작물을 주제로 한 컬렉션형 염색 원단 시리즈를 기획하며, 그 속에 계절의 공기, 작물의 감촉, 도시인의 삶의 흔적을 담는다. 봄엔 미나리와 상추의 연두색, 여름엔 가지껍질의 보랏빛, 가을엔 무청의 갈녹색, 겨울엔 말린 귤껍질의 따뜻한 황색이 등장한다.
각 원단에는 작물의 수확 시기, 사용 부위, 색의 추출 시간 등이 함께 기록된 ‘색의 리포트 카드’가 동봉되어, 단순한 소비를 넘어선 이해 기반 소비 경험을 제공한다. 이 원단은 지속 가능한 패션, 홈 패브릭, 키친웨어, 아트 패널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 가능하며, 로컬 디자이너와 협업한 캡슐 컬렉션도 이어지고 있다.
결국 이 프로젝트는 도시의 색을 천 위에 담는 작업이다. 텃밭이 도시인의 손으로 옷과 공간으로 스며들며, 우리는 단절되었던 자연과 다시 연결된다. ‘텃밭에서 온 색’은 도시에서 시작된 작은 생명이 어떻게 감각을 바꾸고, 구조를 바꾸고, 결국 문화를 바꿀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텍스타일 플랫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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