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 염색, 자연의 색감을 입히다 – 재료별 분석
1. 식물의 기억을 담은 색 – 염재의 생태적 정체성천연 염색은 단순한 채색 행위가 아니라, 염재(染材)의 삶과 환경이 고스란히 녹아든 생태적 기록물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쪽, 홍화, 감, 치자 같은 천연 염료들은 각각 자라온 지역, 채취된 시기, 저장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색을 품는다. 이는 마치 포도 품종과 기후, 토양이 와인의 풍미를 결정하듯, 염재 또한 ‘테루아르(terroir)’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동일한 쪽이라 하더라도 경남 하동 지역에서 자란 것은 대기 습도와 토양 염분에 따라 짙은 남청(藍靑)을 띠며, 충북 내륙의 쪽은 더 맑고 투명한 하늘빛을 내는 경향이 있다. 이는 단순한 색상의 차이가 아니라, 각 염재가 자라온 생태계의 기후와 토질, 햇빛의 각도까지 포괄하는 자..
2025. 6. 2.